반려견과 함께하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우리 강아지, 혹시 천재가 아닐까? 혹은 왜 이렇게 내 말을 못 알아듣지?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지능 순위표가 있지만, 가장 공신력 있게 인용되는 자료는 바로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심리학자 스탠리 코렌(Stanley Coren) 교수가 1994년에 발표한 저서 개의 지능(The Intelligence of Dogs)입니다.

오늘은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강아지 지능 순위를 정확하게 알아보고, 순위가 낮은 강아지는 정말 머리가 나쁜 것인지에 대한 오해까지 풀어보겠습니다.
지능 순위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먼저 순위를 보기 전에 알아둬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이 순위는 강아지의 모든 지능을 평가한 것이 아닙니다. 코렌 교수는 개의 지능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 본능적 지능: 견종 고유의 역할(목양, 사냥 등)을 수행하는 능력
- 적응형 지능: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경험을 통해 배우는 능력
- 복종형(작업) 지능: 사람의 지시를 얼마나 잘 따르고 이해하는가
우리가 흔히 보는 순위표는 바로 세 번째, 복종형 지능을 기준으로 합니다. 즉, 순위가 높다는 것은 사람의 말을 빨리 알아듣고 잘 복종한다는 뜻이며, 순위가 낮다고 해서 멍청하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천재형 강아지 (1위 ~ 10위)

이 그룹의 강아지들은 새로운 명령어라 하더라도 5회 이하의 반복만으로 이해합니다. 주인의 지시에 복종할 확률이 95% 이상인, 말 그대로 수재들입니다.
1위: 보더콜리 (압도적 지능, 일 중독자) 2위: 푸들 (털 빠짐도 적고 머리도 비상함) 3위: 저먼 셰퍼드 (군견, 경찰견으로 활약) 4위: 골든 리트리버 (안내견으로 유명한 천사견) 5위: 도베르만 핀셔 6위: 셔틀랜드 쉽독 7위: 래브라도 리트리버 8위: 파피용 9위: 로트와일러 10위: 오스트레일리안 캐틀 독
보더콜리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으며, 한국에서 많이 키우는 푸들과 리트리버도 최상위권에 포진해 있습니다.
우등생 강아지 (11위 ~ 26위)
명령어를 5~15회 정도 반복하면 습득합니다. 첫 번째 그룹 못지않게 똑똑하며 훈련 성과가 매우 좋은 편입니다.
11위: 웰시 코기 (펨브로크) 12위: 미니어처 슈나우저 13위: 잉글리쉬 스프링거 스파니엘 20위: 코카 스파니엘 22위: 버니즈 마운틴 독 26위: 카디건 웰시 코기
웰시 코기와 슈나우저가 여기에 속합니다. 흔히 슈나우저나 코카 스파니엘을 3대 악마견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에너지가 넘치고 호기심이 왕성하기 때문입니다.
평균 이상의 지능 (27위 ~ 39위)
새로운 명령을 배우는 데 15~25회 정도가 필요합니다. 한국의 유치원생 정도로 볼 수 있는 그룹입니다.
27위: 요크셔테리어 33위: 사모예드 35위: 케언 테리어 39위: 달마시안
요크셔테리어는 작고 귀엽지만, 테리어 기질이 있어 꽤 영리하고 눈치가 빠릅니다.
평균적인 지능 (40위 ~ 54위)
사람의 지시를 이해하는 데 25~40회의 반복이 필요합니다. 훈련하면 충분히 잘 따라오는 그룹입니다.
42위: 웨스트 하일랜드 화이트 테리어 45위: 시베리안 허스키 49위: 닥스훈트 50위: 알래스칸 말라뮤트 54위: 보스턴 테리어, 시베리안 허스키나 말라뮤트 같은 썰매견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들은 주인의 명령보다 본인의 본능(달리고 싶은 욕구)이 더 강할 때가 많아 훈련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공정함이 필요한 지능 (55위 ~ 69위) 및 최하위 그룹

여기서부터는 명령을 배우는 데 40회에서 100회 이상의 반복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지능의 문제라기보다는 독립성과 고집의 문제입니다.
57위: 퍼그 58위: 프렌치 불독 59위: 몰티즈 (말티즈) 70위: 시츄 72위: 비글 75위: 보르조이 76위: 차우차우 77위: 불독 78위: 바센지 79위: 아프간 하운드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말티즈(59위)와 시츄(70위)가 하위권에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키워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말티즈는 주인의 기분을 기가 막히게 파악하는 눈치 100단입니다. 다만 앉아, 엎드려 같은 훈련이 귀찮아서 안 할 뿐이죠.
비글이나 하운드 계열은 사냥터에서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이던 습성이 남아있어, 주인의 통제보다는 자신의 판단을 믿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를 두고 머리가 나쁘다고 평가하는 것은 억울할 수 있습니다.
순위보다 중요한 것은 교감

스탠리 코렌 교수도 지능 순위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반려견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능이 너무 높은 개(예: 보더콜리)는 끊임없이 할 일을 주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아 문제행동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반면, 순위가 다소 낮은 견종들은 느긋하고 낙천적인 성격 덕분에 가정견으로서는 더 훌륭한 파트너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내 강아지가 손을 못 한다고 실망하지 마세요. 우리 강아지는 명령을 못 알아듣는 게 아니라, 당신을 너무 사랑해서 그저 바라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