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회생법원이 21일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스스로 취소하고,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9월 4일까지 연장했습니다. 파산 초읽기에 몰렸던 홈플러스가 2,000억 원의 긴급자금을 마련해 즉시항고한 것이 받아들여지면서, 폐지 결정 18일 만에 회생의 문이 다시 열린 겁니다. 다만 이번에 얻은 시간은 법이 허용하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입니다.
전체 요약 먼저 보기
· 7월 3일 회생절차 폐지 결정 → 7월 21일 법원이 직접 취소, 절차 재개
· 반전의 열쇠: 메리츠금융의 2,000억 DIP 대출 + 김병주 MBK 회장 연대보증
·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은 9월 4일, 법정 최종 시한
· 임시휴업 중인 매장 영업 재개는 이르면 7월 말~8월 초 전망

법원은 왜 18일 만에 결정을 뒤집었나?
한마디로, 폐지의 유일한 사유였던 돈 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지난 3일 폐지를 결정하면서 최소 2,000억 원 규모의 운영자금이 확보되지 않은 점을 주요 사유로 들었고, 동시에 자금을 조달해 항고하면 재검토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아뒀습니다.
여기서 쓰인 장치가 '재도의 고안'입니다. 원심 법원이 즉시항고에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스스로 기존 결정을 변경하거나 취소하는 절차인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넘기지 않고 회생법원이 직접 바로잡는 길입니다. 홈플러스가 자금을 들고 오자 법원이 이 카드를 실제로 꺼낸 겁니다.
폐지 결정문 요지를 보도로 죽 훑어보니 눈에 걸린 대목은, 법원이 처음부터 '살리되 조건을 걸어둔' 설계를 해뒀다는 점이었습니다. 폐지라는 초강수로 대주주를 압박해 결국 돈을 내놓게 만든 셈입니다.

애초에 회생절차는 왜 폐지됐었나?
법원은 홈플러스가 제출한 수정 회생계획안의 수행 가능성이 낮고, 청산 가치가 계속 기업 가치보다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회사를 굴려서 갚는 것보다 지금 정리하는 편이 채권자에게 낫다고 본 겁니다.
흐름을 날짜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2025년 3월: 홈플러스,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 신청
- 2026년 7월 3일: 법원, 운영자금 부족을 이유로 회생절차 폐지 결정
- 7월 13일: 전국 대형마트 매장 임시휴업 돌입
- 7월 16일: 메리츠금융 이사회, 2,000억 DIP 대출 승인
- 7월 20일: 즉시항고 마감일 오후, 홈플러스 항고장 제출
- 7월 21일: 법원, 폐지 결정 취소·가결 기한 9월 4일로 연장
즉시항고 기한 마지막 날 오후 4시 4분에 항고장이 제출됐을 만큼, 끝까지 아슬아슬한 줄타기였습니다.

2,000억 원은 누가 어떻게 마련했나?
돈을 댄 곳은 최대채권자인 메리츠금융입니다. 메리츠금융은 이사회를 열고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의 보증을 조건으로 2,000억 원 규모 DIP 금융 지원을 최종 승인했습니다. 김병주 회장이 2,000억 전액에 대한 연대보증을 제공하기로 한 게 결정적이었습니다.
DIP 금융이란 회생절차 중인 기업에 빌려주는 긴급운영자금으로, 갚을 순위가 다른 빚보다 앞서는 대신 법원의 사전 허가가 필수인 대출입니다. 그래서 승인이 났다고 돈이 바로 도는 게 아니라, 법원의 집행 허가와 실제 입금 절차가 뒤따라야 합니다.

문 닫은 매장은 언제 다시 여나?
업계에서는 영업 재개 시점을 이르면 이달 말에서 8월 초로 전망합니다. 자금이 실제로 집행된 뒤 납품업체와 영업 재개를 위한 협상에 들어가는 수순이기 때문입니다.
매대를 채우려면 물건을 대던 협력사들이 돌아와야 하는데, 이미 대금 정산이 밀린 경험을 한 업체들이 얼마나 빨리 공급을 재개할지는 미지수입니다. 홈플러스 측도 이해관계자들의 협력 없이는 회생이 어렵다며 지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9월 4일까지 무엇이 이뤄져야 하나?
이제부터가 진짜 시험대입니다. 폐지 결정이 취소되면 회생계획안 심리와 관계인집회 절차가 재개되는데, 9월 4일까지 채권자들의 동의를 받아 회생계획안을 가결시켜야 합니다. 가결 기한은 회생절차 개시일로부터 1년이 원칙이고 최장 6개월까지만 연장할 수 있어서, 이번이 마지막 연장입니다.
남아 있는 위험 요인
① 2,000억 원은 회생절차를 이어가기 위한 최소 운영자금 성격이 강해, 납품업체 공급 정상화와 신규 인수자 확보가 회생 성패를 좌우할 변수로 꼽힙니다.
② 잔존 사업부를 사겠다는 인수자가 기한 내 나타나지 않으면 계획안 가결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③ 휴업 기간 이탈한 고객과 협력사의 신뢰 회복에는 자금보다 긴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저라면 이 뉴스에서 '회생 재개'라는 헤드라인보다 채권자들의 표심을 지켜보겠습니다. 돈이 들어왔어도 갚는 계획에 채권자 다수가 동의하지 않으면, 9월 4일에 지금과 같은 장면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사건의 다음 분수령은 관계인집회 기일이 언제로 잡히는지, 그리고 그 전에 잔존 사업부 인수 후보가 실명으로 등장하는지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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